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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9. 23. 21:06 - lazykuna

늑대아이를 봤습니다.


おおかみこどもの雨と雪 The Wolf Children Ame and Yuki(2012) - ㈜미디어데이(배급), 얼리버드(수입) - 이 이미지의 저작권은 제작사에게 있습니다.

네, 쓸 근황거리는 매우 넘쳐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모두 뭉개버리고 있습니다 ㅠㅠ. 그 와중에 문화생활을 향유하게 되었는데... 이름하야 극장판 애니메이션 늑대아이. 한창 말이 많아서 한번 볼까, 하다가 보게 되었네요.

게임장도 들릴 겸사겸사해서 이수 메가박스에서 봤습니다. 저에게 다소 부담이 되는 9000원의 영화비를 이겨내고, 극장에서 만화를 보면 어떨까, 하는 기분으로 경험차 봤는데... 세상에, 오랜만에 감성이 풍부해지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깨끗하게 보고 끝나는 영화랑은 다르달까요. 9000원으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너무나 오랜만에 느껴지는 뭉클함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DVD라도 구해 다시 보고 싶은 기분이네요 ㅠㅠ. 어찌됐든 느낌을 간략하게나마 기록해놓고자, 한창 모자란 필력으로 글을 써 봅니다.


*위 감상은 일부 네타를 포함하며, 굉장히 주관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의해 주세요.




그림체


부드러우면서도 사각진 듯한 턱선은 저에겐 마마마 시리즈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체였습니다. 다른 분은 치탄다 에루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체였다고 하는데, 얼굴 외형은 전자, 눈 모양은 후자... 쯤이라면 적당할까요?



CG Effect


기술의 발전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부분부분의 3D 및 쉐이더 렌더링은 확실히 눈여겨 볼만한 재미를 주었습니다.

뭐, 그렇다고 아주 특출나다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요. 요즘 다들 워낙 기술력이 뛰어나다 보니...

눈이 즐거운 수준, 정도라고 쓸 수 있겠습니다.



스토리 구조


성장 소설(아니메)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가족의 형성, 성장, 그리고 독립까지를 2시간으로 압축해서 훌륭하게 잘 표현해 냈습니다.

억지로 감성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거나 사건의 심한 우연성 없이 무난하게, 자연스럽게 감정이 우러러 나오는 게 참 좋았습니다. 성장 이야기답게, 학교 이야기, 자매와의 다툼과 같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충분하여 개인적인 경험 회상 및 공감이 가능하다는 것도 좋았습니다.

캐릭터 하나하나의 개성이 강하다는 점도 좋았습니다. 딸(유키)와 아들(아메)의 성격이 명백하게 대조되어 인상깊게 남을 수 있었습니다.

딸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어머니의 심경 묘사가 잘 되어 있습니다. 디테일한 내용은 "감명 깊었던 부분"에서 쓰겠습니다.


그나저나 첫눈에 반해서 곧바로 첫날밤이나 보내고... 다른 애니메나 소설 같았으면 질질 끌었건만... 하나 이 응큼한 년!



감명 깊었던 부분

  1. 여러 시련에도 불구하고 전원생활이라는 과감한 생활터전의 전환을 이뤄내고, 항상 꿋꿋하게 미소짓는 어머니(하나)의 모습  : 단연 모성애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잠도 줄여가며 공부하고, 전원생활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에, 맨손으로 밭을 일구어내는 모습은 역시 ... 최고의 의지력입니다.
  2. 유키와 아메의 대립 : 솔직히 전 처음에 유키가 자연인이 될 줄 알았는데 (..) 나중엔 반대가 되더라고요. 대립 부분은 "감동"과는 조금 거리가 있고 긴장 축에 속하는데, 워낙 감정표현도 잘 되어 있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 그리고 서로 대립하는 자아의 충돌이 인상깊었습니다. 이렇게 잘 묘사한 작품이.. 있으려나.
  3. 유키와 친구간의 대립 : (이름을 잊어먹은 관계로 친구라고 씁니다) 자신도 모르게 늑대로 변신하는 부분, 자신의 비밀을 감추기 위해 친구와 본의 아니게 멀어지는 그 모습. 왠지 모르게 공감이 가서... (...) 다들 그런 경험 한 번씩은 있지 않나요? 여하튼, 마찬가지로 큰 공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로 비밀을 털어놓고 인정하는 모습에서는 감동을 받을 수 있었지요.
  4. 아메를 찾아나서고, 그를 인정하고 놓아주는 어머니(하나)의 모습 : 꽤 심오한 부분이죠. 찾아나서는 부분에서는 처절함마저 느껴집니다[각주:1]. 그러나 그만큼 아들을 사랑하는 모성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늑대로서의 아메를 인정해주는 모습은, 흔히 말하는 아이를 독립시킨 부모의 모습이 느껴집니다. 사실 아직 제가 이 단계는 아니라 함부로 글 쓰기는 뭣하지만 ^^; ... 제가 다 뿌듯하더라고요. 하하.

그 외 더 있겠지만.. 일단 일축하자면 이러합니다.

사실 영화에서 즐거웠던 부분이라면 하나가 남편이랑 부농부농하는 부분... 이었는데 후... 이건 제가 부농부농을 해봐야 공감을... 



아쉬웠던 부분?

  1. 가정 초기의 긴장감 묘사 : 솔직히 이 부분에서의 제대로 된 긴장감이라면 아이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정부에서 조사단이 방문하려 했을때 정도가 전부인 것 같습니다... 나머지는 중간에 웃음을 주려고 시도를 한 것 같은데, 뭐... 하기사 성장 애니메이션에 너무 큰 긴장을 조성할 필요는 없으려나요.
  2. 편향된 어머니의 모습 : 자식들의 모든 것을 받아주기만 하는 어머니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아이에게 손찌검 하나 안 하고 키우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요? 폭력성이 가미되어 19금(?)으로 상향조정될 수도 있겠으나... 이 부분은 좀 아쉽습니다. 덕택에 공감에는 약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


사실 저는 오랜만에 영화에 몰입하여 신선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게, 저 장단점을 떠나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단점은 단점이고 장점은 장점이지요.




저는 워낙에 감성도 부족하고 ... 그런 느낌의 구제불능인 인간이라 눈물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만, 굉장히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오죽하면 보고 나서 삼십분쯤 머릿속에서 다른 생각을 못 했을까요! ef 시리즈 이후로 느껴보는 좋은 감정이었네요. 개인적으로 혐덕이 아니라면, 한번쯤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 과감하게 추천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봐야 이제 곧 스크린 닫히겠지만... 그리고 영화관에 여자, 꼬맹이,가족들 투성이지만![각주:2])




  1. 아들을 구속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기 싫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구속하는 모습 맞지요. 그러나 그만큼 아들을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본문으로]
  2. 실은 성장 이야기니만큼, 꼬맹이들이 보기에는 좀 적절치 못한 면이 있습니다.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부족하거든요. 최소 초등학교 졸업 (즉 청소년?) 정도는 해야 볼 만한 애니가 될 것 같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