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나고 생긴 내 첫 폰 갤럭시S2을 필두로 하여, 나는 쭉 갤럭시를 써왔다. S7, S10, V30, S21U, S23U를 그동안 써왔던 것 같다. 중간에 뜬금 엘지가 있지만, 같은 안드로이드니 그려려니 해도 되지 않나 싶다 ㅎㅎ.
근 몇년간 회사에서 작업환경을 맥북으로 써왔기 때문에 호환성이 우수한 아이폰을 굳이 안 쓸 이유가 없지만 또 굳이 애써 쓸 이유 또한 없어 잊고 지내던 사이에, 지인이 비교적 쓰던 아이폰을 싸게 판다고 하여 갈아탈까 고심하게 되었다. 정신 차리고 보니, 어느샌가 내 손엔 아이폰 15프로가 쥐여져 있었다.
한 달 정도 써보면 이 친구와 같이 지낼 수 있을지 일단락이 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게 한 달이 지났으니 이제 글을 써 볼 차례가 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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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실제 사용 체감이라기 보다는, 각 기기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생각, 나쁘게 말하면 선입견들을 정리해놓은 것이다.
- 커스터마이징의 끝판왕 안드로이드. 다만 요즘은 귀차니즘이 심해진 것도 있어 딱히 커스터마이징을 잘 하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양 체제가 점점 수렴하고 있어서 (예: 안드로이드 앱마다 권한이 많이 세분화되었고 예전처럼 파일 시스템을 마음대로 쓰기 어려움. 반면 아이폰은 점점 서드파티 권한을 많이 풀어주는 추세. 그리고 갤럭시든 아이폰이든 둘 다 멀티미디어 데이터는 스트리밍으로 전환되는 추세라 외부 저장소 의미가 적어짐) 요즘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생각함.
- 칩셋 성능 및 게임은 아이폰 압승. 중고사양 십덕 폰게임을 이것저것 하는 입장에서 나쁠 건 없음.
- 카메라도 아이폰 압승. 다만 이 분야는 약간의 개인 선호도가 갈릴 수 있다.
- 감성은 아이폰 압승. 애니메이션이야 유명하고, 개인적으로는 갤럭시 기본 폰트가 매우 불호다. 다른 기본 폰트는 가독성 최악이고, 애플고딕과 비슷한 정갈한 폰트는 또 유료다. 경쟁사를 생각하면 기본으로 풀어도 모자란 판에 별도구매라, 중국폰에 실린 한국어 폰트보다 못한 기본폰트는 문제가 있지 않겠니?
- 아이폰의 연동성이 우수. 다만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 연동성이 크게 유용하지 않아서 중요 사항은 아님.
- 아이폰이 훨씬 비쌈. 갤럭시도 만만찮게 비싸다지만 막상 할인이나 이것저것 다 받으면 할값이긴 하다. 사실 이게 구두쇠인 날 그동안 가장 주저하게 만든 요인이다. 핸드폰도 앱 가격도 모든게 더 비싸다. 공부용 타블렛으로 갤탭을 쓰고 있지 않았다면 대체 결제 수단이 없어서 이전하지 않았을 듯.
- 애플의 가식적 이미지 메이킹과 급나누기. 이건 두 번째로 그동안 애플을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이다. 하청 포함 생산과정서 부산물 잔뜩 만들 것 다 아는데 적당히 포장해서 zero emissions 마케팅, 충전기 은근슬쩍 빼기, 일부러 독자규격 라이트닝 똥고집하기 등. 하나같이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다. 차라리 저런 자랑을 안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근데… 요즘 갤럭시 하는거 보면 도찐개찐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젠 이 또한 빛바랜 핑계가 되어버렸다. 허허…
마이그레이션
어쨌든 손에 아이폰이 쥐여진 이상 써보기로 한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여러 다른 할일을 재끼며 세팅을 해보기로 한다.
- 맥북 사파리와 크롬에 저장된 각종 인증정보들이 우르르 호환되니 생각보다 세팅이 쉬운 느낌이다.
- 앱 건 로그인 세션이 상상 이상으로 원할하게 잘 호환된다. 애플은 앱 간 정보공유가 안되어서 불편하다고 했는데, 아마 파일 시스템 기반으로 만들어졌을때의 이야기였나 보다. 안드로이드보다 더 빠릿해서 사용자 경험이 더 좋다.
- Face ID 가 의외였는데, 굉장히 인식률이 좋고 너무 편했다. 그동안 손가락만 스윽 올려대면 바로 인식되는 지문인식이 더 좋다고 생각했지만, 페이스아이디는 ‘내가 인증을 해야 하는구나’ 생각하기도 전에 이미 인증이 되어있다. 핸드폰을 “의식해서” 쳐다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왜냐면 나는 이미 핸드폰을 보고 있거든.
- 게임, 은행, 금융, 업무 및 메일, 캘린더 등 인증정보를 모두 옮기는 데 두시간 넘게 소요됐다. 마이그레이션 마법사는 안 썼는데 어차피 앱들 선택적으로 옮길 생각이기도 했고 인증정보는 결국 내가 수동으로 다 해야 해서 어차피 노력의 차이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일상생활
이제 드디어 일상생활에서 열심히 써 본 후기를 남긴다.
- 역시 가장 불편한 건 삼성페이 및 교통카드의 부재. 매번 지갑을 꺼내야 한다. 맥세이프를 쓸 수밖에 없게 됨. 근데… 맥세이프 적응하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되면 교통카드 찍는 건 비슷하니까 말이다.
- 키보드가 은근 역체감이 있다. 확실히 오타가 더 잘 난다. 콤마를 찍기 불편하다. 그 이외에는 딱히 문제 없음. 이것도 쓰다 보니 그럭저럭 적응 되어서 지금은 별 생각 없이 쓰고 있다.
- 클립보드 기능이 없는 게 꽤 불편하다. 두 개 이상 복사해야 할 때 갤럭시는 키보드에서 기본 지원하는 클립보드 기능이 아주 유용했다. 다만 아이폰에서도 서드파티 앱으로 비슷하게 쓸 수 있다 하니 이것은 보완 가능한 부분일 수 있음.
- 바지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게 매우 좋았다. 갤럭시 울트라 라인업은 아쉬운 게 고성능 카메라와 칩셋을 큰 사이즈의 핸드폰에 묶어버린 것이다. 적어도 작은 사이즈를 선호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 생각보다 무겁고
따뜻하다. 유튜브만 봐도 발열이 조금 올라오는게 느껴지고, S23U 쓰다 온 입장에서 그렇게 가볍다는 느낌이 없다. 맥세이프 지갑을 달면 오히려 더 무거운듯한 느낌마저 든다. 무서운 점은 15 프로가 나름 가벼운 축에 속한다는 것이다…처음 사용할 때 백그라운드 최적화 작업을 해서 그런 듯 하다. 지금은 전혀 발열 없음. 무거운건 마찬가지. - 앱 사용성은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진 않았다. 체험상 거기서 거기.
- 카메라 빨리 켜지는 게 아주 좋다!! 갤럭시는 삼페랑 겹쳐져서 잔렉으로 5초 가까이 걸릴 때도 있던걸 생각하면 장족의 발전.
- 양쪽 쓸어 뒤로가기 제스쳐가 없는게 가끔가다 아쉽다.
- 서드파티 스마트기기와 생각보다 호환이 잘 된다. 샤오미 미밴드8 기준 연동도 잘 되고 알림도 다 온다. 애플워치 안 사도 될듯.
- 15프로 기준 외장하드 연결이 잘 된다. 데이터도 들이붓거나 가져오기 편하다.
- 아이폰도 알림에서 빠른 실행이 잘 된다. 굳이 앱을 켜지 않고 알림을 처리할 수 있어(특히 인증 작업) 이것도 은근 편의성에 중요한 요소중 하나였는데, 된다니까 일단 기쁘다. 그리고 아이폰도 안드로이드 대비해서 생각보다 많은 편의 기능을 잘 제공하고 있음을 느낌.
- 생각보다 UX 차이가 드라마틱하진 않다. 무슨 소리냐 하면 아이폰 특유의 스와이핑의 부드러움이나 빠릿함 그리고 햅틱엔진의 우수함이 갤럭시의 그것과 극명하게 차이가 나진 않는다는 말이다 (물론 특정 상황에서는 아이폰이 압도적으로 나음). 아니 정확히는 차이가 없는건 아닌데, 그렇다고 또 세간에 돌아다니는 이야기처럼 엄청 대단치는 않다는 것이었다. 요컨대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 그래도, 잔렉이 없는게 상당히 마음에 든다. 특히 게임 같은 무거운 앱 켜면 다른 앱 전환시 미묘하게 느껴지는 잔렉이 거슬리는데 아이폰은 그런 것이 전혀 없다.
- 페이스아이디의 장단이 있다. 이를테면 페이스아이디 인식 도중 하품하면 인식 안 된다 ㅡㅡ. 반면 깜깜한 침대에서는 또 인식이 잘 된다. 그리고 지문을 눌러야 하는 안드로이드 대비하여 페이스아이디는 사실상 행동하지 않아도 인식이 되기 때문에 생각 이상으로 빠르고 편했다. 개인적으로는 Touch ID 대비 압승이라고 본다.
- 맥북과 호환성은 좋은 편이라고 생각이 되나, 가끔가다 클립보드 복사하고 에어드랍으로 파일 들이붓는 거 빼고는 그닥인 듯 하다 … 에어드랍 좋지 않냐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외장하드로 한번 거쳤다 하거나, 클라이언트 사이드 FTP 서버 열어서 파일을 들이부어도 별 상관은 없기 때문에 … 오히려 자유도에 제약받고 싶지 않은지라 한 플랫폼에 종속되는 쪽을 그렇게 선호하지는 않는다.
- 카메라는 확실히 아이폰이 더 좋다. 개인적으로는 갤럭시의 전반적인 색감은 좋아하나 질감이나 세부 처리가 굉장히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예: 암부 날려먹기, 텍스쳐 뭉개버리기). 이건 호불호가 갈릴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인 생각임을 분명히 명시해 놓는다.
- 멀티태스킹은 잘 알려진대로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인데, 개인적으로는 멀티태스킹 작업을 폰으로 그닥 하지 않아 별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앱 전환을 자주 하는 입장에서 빠릿한 느낌이 더 좋았음.
정리
잘 알려진 게임, 호환성 등 다 제외하고, 순수 UX 측면만 따지면 아이폰이 내 입맛에는 더 잘 맞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많은 작업들이 아이폰들에서 가능하니 별 걱정없이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커스터마이징 불가, 멀티태스킹 불가, 무게와 같은 장단이 분명히 있으니 주 사용패턴 중에서 맞지 않는 것이 있을지 숙고할 필요는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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