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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7. 23. 11:03 - lazykuna

드럼매니아, 얼마만큼 잘해야 할까

나는 오래전부터 오락실에 다녔다. 대학교 1학년 때 아는 형이 소개시켜 준 이후로 쭉. 다른 건 모르겠지만, 열심히 버튼을 두들기는 것과 오락실 특유의 경음악이 나에게 너무 좋아서였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메탈, 일렉트릭 같은 거친 음악이 좋다.

그 게임들 중 드럼매니아라는 게임이 있다. 말 그대로 전자드럼을 타이밍에 맞춰서 치는 것이다. 태고랑 비슷하면서 다른 것이, 태고는 북 하나로 (대략) 4개의 판정을 만들어내지만 드럼은 4탐(스네어)+3하이햇+2킥 으로 총 9개의 노트가 떨어지는 흡사 DP를 보는듯한 (...) 괴물급 비주얼을 보여준다. 근데 타악기 좋아하는 입장에서 치는 맛도 좋고 나름 현실 드럼이랑 70% 정도 호환되는 느낌도 있어, 이래저래 하는 맛이 있는 악기다.

하지만 실력 늘리기가 정말 힘들다. 아직도 오른하이햇이랑 킥 엇박 올라오는 노래나, DKDK하면서 복잡한 탐돌리기 같은거 하면 정신이 나갈것 같다. 그것 이외에도, 게임적 요소로도 더 이상 실력 늘리기가 힘들다. 게임적 요소란, 해당 게임에 "스킬"이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이를 얻으려면 판정이 좋으면서 풀콤보에 가까운 완성도의 연주를 해야 한다. 그런데 노래들 보면 꼭 함정 파트가 있는데, 이를테면 중간중간에 초고속 탐돌리기나 박자 꼬기 같은 것들...

이런 것들에 고통을 느끼기 시작할 때가 대략 동칠(7000점) 쯤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할만한 게, 대략 7~8.00 S 정도만 받으면 스킬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었고, S는 판정 좀 괜찮고 적당히 안 틀리면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는 점수였다.

그리고 동칠을 딴 지가 대략 4~5년 정도 전이지 않았을까. 현재 고작 7800점 정도밖에 되질 않는다. 지금도 그렇게 큰 변화가 없다. 게임을 옛날만큼 못하는 것도 큰 원인이겠지만 해당 스킬을 얻기 위해 요구되는 벽이 상상 이상으로 높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다음 단계인 금칠(8000점) 가려면 대략 곡당 못해도 160점 이상을 따야 하는데, 이는 8.5 풀콤 정도는 되어야 해볼만하다. 9점대 S로는 의외로 택도 없다(150~155점 정도). 풀콤과 판정작은 한때 정신병(?)의 범주로 치부하며 화려한 스킬과 처리력만을 좇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젠 더 이상 그럴수가 없다. 뭐 9.5S를 노리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거기부터는 인간이 소화할 수 있는 범주의 노래들이 아닌 것 같다.

며칠전에 Aion 풀콤 했다고 기뻐서 방방 뛰었는데 (판정이 좀 많이 구리다 ㅠㅠ), 160도 안 나온다. 이게 현실이다!

지금은 절대적으로 연습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오락실에서 게임으로서의 드럼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언젠가 집이나 창고에 전자드럼 들여놓고 시간 장소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그날이 올까요.

요약: 7800만 되어도 8.5 ~ 9점대 풀콤작을 뛰어야 합니다. 9.5 S가 더러 나오기도 합니다. 의외로 무지개가 아니더라도 저런 곡들을 소화할 수 있는 점수대는 생각보다 낮음. 이것들을 완벽하게 소화하면 할수록 무지개(8500)에 가까워지겠죠.